국가에 의존하는 한국산 AI

한국 AI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에 관하여

국가에 의존하는 한국산 AI
출처: 직접 촬영
테크놀로지가 노동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노동자 쪽에서 길항 권력이 생겨나 기업들을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일조한 제도적 배열과 떼어넣고 이야기할 수 없다.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김승진 옮김 <권력과 진보>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6년 2월 첫째 주
by 🧙‍♂️텍스

목차
1.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결과 발표, 독자성에 대한 정의?
2. 국가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3. AI기본법 시행에 힘입어, AI안전연구소 독립 예정

1.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결과 발표, 독자성에 대한 정의?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월 16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하 독파모)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독파모 과제는 초기 5개팀 선정해서 라운드마다 한 팀씩 탈락시키고 과제 자원을 남은 팀들에게 집중하는 경쟁형 과제로 기획되었습니다만, 이번은 첫 라운드임에도 벤치마크 평가 기준에 못 미친 NC AI와 독자성을 이슈로 네이버 클라우드 2팀이 탈락했습니다.
  • 특히, 네이버 모델은 중국 알리바바의 모델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비전 인코더(Vision Encoder)를 가져와서 사용한 점이 독자성 불만족의 원인으로 보입니다. 브리핑에서는 “전 과정 학습을 수행한 AI모델의 독자적 구현을 지향”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연초에 국내 스타트업 사이오닉AI의 CEO가 독파모 참가사인 업스테이지의 모델이 중국 코드와 모델에서 기인한 것 같다면서 독자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던 일련의 사건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 브리핑을 살펴보면 “검증된 오픈소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더라도 가중치를 초기화한 후 학습·개발을 수행하는 것이 모델의 독자성 확보를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판단”하였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소버린 AI라는 기술적 레토릭은 국파모라는 정책 과제를 낳았지만, 과제 기획 시점부터 확정되어야 했던 독자성 개념은 사이오닉AI의 문제 제기 이후에야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 과기정통부는 기존 계획과 달리 두 팀이 탈락하면서 한 팀을 추가 선발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선발되지 못했던 카카오 및 이번에 탈락한 네이버 클라우드, NC AI 모두 패자부활전에는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큰 예산의 R&D 사업인 만큼 ‘독자성’과 같은 핵심 정의와 사업의 평가 방식 등을 잘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 외에서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대형 R&D 과제로 이를 정부가 직접적으로 주도하는 전략이 적절한지도 여전히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 있어 보입니다.

2.국가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 국가 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폐지안이 국회 본회의를 1월 29일 통과했습니다. 동아사이언스의 기사에 따르면 “기존 R&D 예타는 통과에 평균 2년 이상 소요”되었다면서, “2025년 4월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예타 폐지 찬성 의견이 84%에 달하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예타가 폐지됨에 따라 500억 이상의 과제 예산 편성도 더욱 쉬워졌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예타 폐지의 보완책으로 1000억원 이상의 R&D 사업에 대한 사전점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 이런 조치는 과기정통부를 R&D 사령탑으로 만들기 위한 거버넌스 개혁과 궤를 같이합니다. 작년 이재명 정부는 2008년 이후로 사라진 과학기술부총리를 다시 부활시켰습니다. 이전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독점적으로 다루던 예산도 이제 R&D 파트는 과기정통부와 함께 논의합니다. 타부처나 지자체의 R&D 예산도 원칙적으로 과기정통부의 허가를 받아야합니다.
  • 권한 변화뿐만 아니라 R&D 예산도 2025년 29.7조 원에서 2026년 35.3조 원으로 20% 가량 증가했습니다. 특히, AI 분야 R&D 예산은 2조 4324억 원으로 작년 대비 2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예타 폐지는 과기정통부가 R&D 예산에 대한 제약을 풀어헤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대형 R&D 과제의 기획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초대형 AI 과제 독파모는 과제의 핵심 목표인 “독자성”조차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런 상태에서 빠른 연구비 사용과 연구비 확대가 연구 수월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속도 만이 연구 수월성에 닿아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장기적인 R&D를 담보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야할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3.AI기본법 시행에 힘입어, AI안전연구소 독립 예정

AI기본법 제12조 AI안전연구소. 출처: AI기본법 페이지 캡처
  • 폭주하는(?) 정부의 R&D 정책 중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또 다른 분야는 AI 기본법이 정하고 있는 AI안전연구소의 지위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하는 지점입니다. AI안전연구소는 올해 AI 기본법 시행을 근거로, 단계적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부설 연구소에서 독립할 예정입니다.
  • 전자신문 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 AI안전연구소와 대등한 조직, 전문성을 갖추는 동시에 AI기본법이 요구하는 안전성 확보 의무 수행 지원을 위해서 더 많은 인원 충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현재 김명주 소장을 포함 29명의 연구소 임직원이 있습니다.
  • AI 안전을 다룬 기관이 생겼다는 것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전담 기관이 있다고 AI 안전이 담보될 수는 없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아태지역을 대표하는 글로벌 AI 안전 거점연구소” 문구와 같이 AI 윤리 및 안전을 담보하고 아태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는 연구소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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