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 레터를 읽고 쓰고 나누는 마음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강,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
1. AI 윤리 레터를 쓰는 마음, 읽는 마음, 나누는 마음
AI 윤리 레터를 쓰는 마음, 읽는 마음, 나누는 마음
by 🥨 채원
추운 연말입니다. AI고 뭐고 당장의 삶이 위태로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마음이 어떤지, 또 이 글을 읽고 나누는 독자의 마음은 어떤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해하고,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은,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고들 합니다. 똑같은 책 한 줄, 뉴스 한 줄, 대화 한 가닥이라도 그 뒤에 숨겨진 맥락과 역사를 알게 되면 다르게 들리기 때문이겠지요. 그것은 AI도, AI 윤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세상 곳곳에서 AI가 가져올 것이라는 생산성의 혁명, 산업구조의 재편, 창의성의 재정의, 단순반복적인 지루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이야기합니다.
‘AI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필연적으로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AI가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변화들에 고민하다보면, 결국 생산성이란 무엇인지, 산업 구조가 지금 어떻게 되어있고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인간의 창의성이란, 노동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AI가 행하는 차별이 문제라면, 그 차별이 무엇이고, 왜 잘못되어있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물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차별이 무엇인지 이야기하지 않고 어떻게 AI가 재생산하고 악화시킨다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AI 윤리에 대한 질문들은 때때로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질문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이러한 거대 담론 앞에서 나라는 개인은 작아지고,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은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가, 기업이, 개인이 했던 많은 중요한 결정들이 AI에 의해, 더 정확히는 AI를 만드는 주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학에서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정의로 일컬어지곤 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재화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인 정부에 의해 주로 배분됩니다. 연금이나 실업급여와 같은 물질적 자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어디에서 일할 기회, 목소리를 낼 기회, 무언가 배울 기회 같은 비물질적 자원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들은 점차 AI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AI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AI 윤리 레터를 구독하고 읽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어떤 것일지도 궁금합니다. 챗지피티를 써보고 신기해서 일수도, 엔비디아 주식이 왜 이렇게 비싸졌는지 궁금해서일수도 있겠죠. 그 계기가 무엇이든 함께 AI와 그것을 둘러싼 여러 맥락들을 같이 들여다보는 AI 윤리 레터 공동체에 함께하게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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