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 이중첩자의 변(辯)
사람을 위한 AI, 기업이 아닌 사회가 만듭니다.
![AI 윤리 이중첩자의 변(辯)](https://img.stibee.com/90763_1702390939.jpg)
딥러닝은 범용 인공지능의 중요한 구성 요소일지는 몰라도 유일한 구성 요소는 아니다.
—마이클 울드리지 (김의석 역), <괄호로 만든 세계>
AI 윤리 이중첩자의 변(辯)
by 🤔어쪈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글을 주로 쓰다가 올해 회고를 적으려니 무척 어색한 기분이 듭니다. 눈 감았다 뜨면 뉴스가 넘쳐나는 분야라 그동안 소재 걱정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요. 음,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앞서 필진 세 분이 인사드린 2주 사이에 있었던 일들 중 연말이 아니었다면 AI 윤리 레터에서 분명 다뤘을 내용부터 간략히 적어봅니다.
- EU AI 법이 끝내 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U의 입법 최종 단계인 3자 협상 절차 직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반기를 들었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3일간의 마라톤 회의를 거쳐 타협안이 도출되었다고 하네요.
- AI 윤리 레터에서도 EU AI 법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 구글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새로운 대형 멀티모달 모델 Gemini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Gemini의 다양한 능력을 선보이기 위해 공개한 영상이 조작 수준으로 편집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크게 망신을 사고 말았습니다.
- AI 윤리 레터에서 만든 ‘책임있는 AI를 위한 HYPE 뉴스 체크리스트’, 읽어보셨나요?
후, 이제서야 제대로 인사를 드릴 수 있겠어요. 안녕하세요, 어쪈입니다.
언젠가부터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순 없다는 진리를 절실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종종 제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보곤 해요. AI 윤리 레터 작성은 올해 내내 상위권이었습니다. 그만큼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프로젝트입니다.
날씨 화창하던 어느 봄날, 함께 책 읽던 다섯 명이 모여 소식지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AI 윤리 레터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에서야 발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무려 2주만에 1호를 발송했죠. 매주 발행 역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실행력 뛰어난 동료들 덕분에 오늘까지 100개가 넘는 소식을 함께 전하고 있네요.
첫 회의 때 당시 제가 남긴 노트에는 다섯 글자가 유독 강조되어 있습니다.
“일단 해보자!”
(노트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려다가, 제 글씨를 아무도 못 알아볼 것 같아 관뒀습니다.)
제 딴엔 회사를 다닐수록 제 글을 쓰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느끼던 터라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무모한 도전을 한 셈인데요. 이제는 달력 앱에 AI 윤리 레터 작성 일정의 반복 설정이 ‘무한’으로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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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회사에서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개발이 아닌 모든 일을 담당한다는 기획자로 일하고 있어요. 동시에 저를 포함한 AI 윤리 레터 필진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AI 기업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MZ세대 일원으로서 회사와 저 자신을 분리하는 게 어렵지 않아야 하는데, 항상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기 의심이 들기도 해요.
친한 친구가 이런 저를 두고 ‘이중첩자’ 같다고 하길래, 뭔가 멋있다는 생각에 맞장구를 쳤더랬죠. 영화에서 본 이중첩자들은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던 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요. AI 윤리 레터 마스코트인 앵무새 이모지로 유명한 논문의 저자들도 구글 직원이었죠. 제가 존경하는 이중첩자 선배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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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윤리 이중첩자는 회사에서 AI 시스템 및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관찰하고, 더 나아가 설계와 개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느 기업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법규 준수나 시장 수요를 비롯한 기업의 AI가 충족해야하는 다양한 요건들을 반영하는 역할을 하죠. 이중첩자가 회사를 설득하는데 성공한다면 AI 윤리 레터에서 다룬 주제들 역시 요건에 포함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게 문제죠.
이 때 시민으로서의 AI 윤리 이중첩자가 빛을 발합니다. 기업이 AI에 반영해야하는 요건을 다른 말로 하면 사회가 기업에 던지는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기업의 강점과 약점, 돌아가는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이중첩자는 이 질문들을 훨씬 날카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질문이 날카로울수록 기업들은 AI 윤리를 더 깊게 고민할 수 밖에 없겠죠. 이중첩자들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 회사가 사회의 질문들에 답하도록 도우면서 궁극적으로 더 나은 AI, 말뿐이 아닌 정말 사람을 위한 AI가 만들어지도록 돕습니다.
어떤가요? AI 윤리 이중첩자를 중심으로 설명하다보니 미처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회 구성원들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AI 윤리 레터가 왜 거버넌스와 정책 문제를 빠뜨리지 않고 항상 다루는지 역시 설명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AI 윤리 레터 구독자분들 중에도 분명 이중첩자가 있겠지만 저는 우리에게 더 많은 이중첩자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AI 윤리 이중첩자의 변이면서 동시에 함께 할 동료를 구하는 공고이기도 합니다.
한 해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