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 레터 쓰는 마음
여러분은 왜 AI 윤리 레터를 구독하시나요?
언젠가 내가 하는 모든 일을 AI가 잘 알아서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나는 무얼 해야할까?
또 나는 무엇으로 나다워야 할까?
—최인아,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AI 윤리 레터 쓰는 마음
by 🎶소소
안녕하세요. 소소입니다. 올 한 해 AI 윤리 레터를 열어주신 구독자님께 감사합니다. 제가 쓰는 올해의 마지막 레터네요. 마지막을 핑계 삼아 오늘은 처음 AI 윤리 레터를 쓰기 시작한 마음을 되돌아보고, 그동안의 마음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외로운 고민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
저는 AI 기업에서 AI 윤리를 고민해야 하는 일을 합니다. 누구나 한마디 할 수 있지만 누구도 확신의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죠. 저는 익숙하고도 새로운 불확실한 "AI 윤리" 속에서 종종 길을 잃었습니다.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절실했죠. 그러다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 AI 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감사하게도 AI 윤리 북클럽, AI 윤리 레터로 이어졌고요.
AI 윤리 북클럽에서 함께 읽은 첫 번째 책이 “AI는 차별을 인간에게서 배운다” 입니다. 당시 저는 그 책을 이미 한 번 읽은 터라 이야깃거리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개론서 같은 책이었거든요. 그런데 ‘AI의 학습을 아기의 학습과 비교하며 의인화하는 것이 어떤 위험이 될 수 있는지’, ‘AI를 공정하게 만들다보면 여러 집단에 복잡하게 속한 개개인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지' 다양한 비판적 관점을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꽤 냉소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어쩐지 마음은 뜨거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AI 윤리 레터는 제가 느낀 그 뜨거운 마음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AI에 대한 열망과 환호 뒤 편에 우리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이 바로 구독자님들이겠지요. 그래서 늘 구독자님이 어떤 분들인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했어요.
기업가, 연구자, 정책입안자, 시민사회 여러분 모두에게
AI 윤리 레터를 쓰는 동안 여러 가지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성공적인 AI 기술과 사업을 만들고 싶은 AI 기업의 마음. AI의 부정적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정책 입안자의 마음. AI 서비스를 잘 쓰면서도 의심스러운 이용자 마음. 그런 마음들이요.
AI 윤리 문제를 만드는 장본인이면서 윤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업의 이중적인 태도가 아니꼬운 시민의 마음으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허둥지둥 만드는 규제를 이행해야 하는 기업 담당자로서 정부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는 글을 쓰기도 했네요.
기업에서 어떤 기술을 연구하고, 어떤 문제를 고민해야 AI 윤리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훌륭한 서비스라면 갖춰야 할 뾰족한 사용자 정의에는 실패한 셈입니다. AI 윤리 레터의 구독자를 뾰족하게 정의하기란 참 어려웠어요. 여러 번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AI 윤리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는 뭉툭함으로 돌아가고는 했지요. 하지만, 그 뭉툭함이 여러 분야의 구독자분들을 상상하게 해주었고, 그것이 어쩌면 건강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휴가를 가거나 24시간 내내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 Chowdhury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문제의 가치와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한다. 주변의 지지는커녕 반대를 무릅써야만 하는 상황” - Mitchell
같이 고민해요
기업의 AI 윤리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번아웃 문제”가 꽤 유명합니다. 윤리 업무의 가치는 대개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의 본질과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꼭 윤리 담당자만이 아니라, AI 윤리를 고민하는 엔지니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업무라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려우니 조용히 거부하는 수밖에요. 조직 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하죠. 이렇게 AI 윤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길 바랍니다.
내년에도 AI 윤리를 고민하는 동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AI 윤리 레터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며, 더 좋은 방법을 찾는 창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 평안한 연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